•………크리 라이프

그녀와라그하임 그리고 선택

크리아이 2007. 10. 13. 13:08

 

 

 

 

 

★첫번째 만남

서기200○년10월○일 내 스물아홉의 어느가을날
역시나 오늘도 라그하임에 파묻혀 지낸후
pc방 문을 열어제끼고 나오는데
제주시 연동 제원아파트 버스정류소에서
그녀가 내리더니 뚜벅 뚜벅 제 옆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살짝 웨이브진 머리에
빵모자(--^)를 쓰고 세련되보이는듯한
스타일의 그녀를 한걸음 한걸음 옮겨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에게는 첫번째만남이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첫번째 만남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두번째 만남

오늘도 역시 라그하임에 몰두하며 열중하며
부지런히 렙업하고 있을무렵
갑자기 그녀가 pc방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나의 뒷쪽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갑자기 나의 채팅창속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햄 그녀가 나타났어!
;뭐?
:아~ 그녀가 나타났다고
 내가 말했던 그녀있자나
;왜 좋아하냐?
:그게 아니고 내 뒷편자리에 있어!
;근데 그건그렇고 너 길드말로 하고 있는건 아냐?
;헉!! --;;

갑자기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울 길드 햄 동생들 왈

:그녀가 누구야
:ㅋㅋ
:여자친구 생겼나보네
:ㅇ ㅔ ㅎ ㅔ ㄹ ㅏ ㄷ ㅣ ㅇ ㅑ
:얼레리꼴레리
:....
:ㅋㅋㅋㅋㅋ
:아놔~~결혼 은제 할꺼야?
:ㅡㅡㅋ
:쿨~럭

길드말에 그녀라는 말밖에 안했던것같은데
왜 그리들 앞서들 나가시든지 그 후로
접속만 하면 한동안 쏟아지던 그말
"그녀는 잘있냐"

아무튼 어째 어째 수습하고 무엇인가 열심히
검색하고 찾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무엇을 보고 있을까 하여 고개를 위로 젖히고
보았더니 무슨 미용제품같은 것을 보고있었습니다
한참을 뒤적거리고 찾고 하더니만
알바를 부르더니 출력해달라고 하는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뷰티과에 다닐때였으므로
레포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뒷모습을 바라보고 그녀는 출력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그후로 오랫동안 그녀를 볼수가 없었습니다

★세번째 만남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라라~~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라라~~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라라~~
(스머프음악)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좀 같이 가줘야겠다고...

>관광대에 아는 동생이 있는데
실습하는데 2명이 필요하데~~

>먼 실습?

>뷰티과다니는데 뭐 머리테스트한데나 어쩐데나
 나도 확실히 잘몰라
 암튼 같이 가자

>아놔 겜 해야하는데...

>야 게임은 무슨 얼어죽을...
 이쁜 동생이니깐 따라와봐!!

어찌 어찌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따라 나섰습니다
헉 근데 이게 먼일입니까 그녀 였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세련되 보였고 반가운건지 떨리는건지
가슴한켠이 웬지모를 불이 지펴오르는듯하였습니다
말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예" "예" 만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야 어떻게 아는 동생이냐
>으응 대학다닐때 같은 동아리였는데 몸이 좀 아파서
 휴학하고 다시 다니는데 지금은 졸업반이구~~
 왜 소개시켜줘?
>그걸 말이라고 하냐 ^^

이래 저래 우여곡절끝에 그녀를 소개받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인사이가 되었습니다
매일 그녀를 만나러 다녔고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게임을 자주 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길드햄 동생분들왈

>요즘 왜 접속 자주 안하냐고...
>으응 사실은 그녀를 만나고 있어서...
사실대로 얘기하자 길드에선 난리가 났습니다
조만간 결혼하고 사랑의반지 받는거 아니냐고
ㅡㅡ^
(너무오래돼서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 당시 게임하면서 같이 만나고 결혼까지 하면
사랑의반지를 선물로 주는걸로 기억하고 있음)
하지만 해당사항 없었습니다
그녀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ㅡㅡ^

★그녀와카이립톤

그리하여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녀를 게임속으로
끌어들이기로 라그도 해야되겠고
데이트도 해야되겠고 이래 저래 그녀를
끌어들이는게 좋을듯 싶었습니다
캐릭터는 카이립톤으로 정해주었습니다
여카이립톤이 개인적으로 젤 이쁘다고 생각하므로...
하나 하나 그녀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니 사실은 귀찮아서 대충 가르쳐 주었습니다--;

>오빠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
>아 마우스보이지 몹에다가 대로 클릭해봐
 그럼 알아서 돌멩이 같은거 나갈꺼야

처음에 그녀는 너무나도 신기해 하였습니다
화면이 돌아가고 자신이 그 게임속으로 들어가
있는듯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열심히 신전앞에서 갑옷게도 잡고
백호도 잡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레벨이 하나둘씩 올라갈수록 그녀는
뭔가 어려워 하였습니다 결론은 컨트롤 미숙에다가
몸빵도 약하여 20레벨 조금 넘자 실증이 난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없다고 게임을 하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와불칸

그래서 결국 다시 불칸을 하라고하고
그녀는 불칸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역시 불칸은 짱이었습니다 조작하기 좋고 몸빵도 좋고
칼질만 하면 되었으므로 그녀는 불칸에 열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녀는 하나 하나 차근차근 렙업을
해나갔고 어느정도 되자  거던을 출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난 아직도 거던을 길도 모를뿐더러
그래서인지 거던만 들어가면 머리라 뽀개지는데
그녀는 잘도 돌아댕기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지리를 마스터 하더랬습니다
불칸이라 그런지 4층말고는 안돌아다니는곳이
없이 싹돌아 다니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내가 4층까지 가야할일이 있었는데
이리저리 헤매고 있어가지고 그녀가 4층까지
안내해준일도 있었습니다 ㅡㅡ^
그리하여 어느덧 100레벨을 넘기고 그녀는 다시
실증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게임하고는 친분을 쌓을수가
없나봅니다 그리고 하면할수록 게임에만 파묻히는
제자신이 싫었나 봅니다 급기야 그녀는 라그하임을
포기하고 애써 키웠던 캐릭을 봉인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녀의졸업식

몇개월이 흘러 그녀의 졸업식날이 다가왔습니다
꼭 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 내가 미쳤지! 전날 밤새워 라그를 한탓인지
그만 자정이 넘도록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정신없이 핸드폰을 찾아보니 20통이넘게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습니다
재빨리 전화하였습니다

>아 진짜루 미안 미안 미안
>...뚝

다시전화하였습니다
하지만 고요하게 들려오는 소리
.....뚝
문자를 남겼습니다 진짜루 미안하다고
하루종일 안절부절 못하고 그녀의 전화만을
기다렸습니다 아니 전화를 수백번 했습니다
하지만 대답이 없는 그녀....

★선택

저녁이 다 되서야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대뜸 그녀가 하는말
라그하임이 좋아 내가좋아?
글구 졸업식엔 오지도 않고...
이래 저래 핑계를 대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중대한 결정을 저에게 전가시켰습니다
그녀역시 어느정도 게임도 해보구 내가 얼마나
라그하임에 빠져있는지 잘알고 있었으므로...
그녀와라그하임중 선택하라는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였습니다 핸드폰을 붙들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습니다
"1시간후에 보자 내 완전히 접는다"
그리하여 2년여간을 (몰래1~2번정도 접속^^;;)
접속도 하지않고 완전히 봉인시켜두었습니다

★그리고 그후

그녀는 떠나갔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놓을순없지만
한번 금이 가기시작하면 역시나 바로잡기가
힘이든가 봅니다 그 사건이후 몇개월후
떠나보내긴 했지만 그 충격이었을까
아니면 싫증이 났던걸까 2년여간의 공백기간을
거치고 7월 썸머페스티벌이벤트 바로직전에
다시 접속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썸머페스티발이벤트ㅡㅡ^
비록 예전캐릭 그대로 달라진건 하나도없었지만
나름대로 스스로 만족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옛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라그를 하고있습니다
늘 처음느낌그대로의 맘을 간직하길 바라며
라그하임 유저님들 언제나 즐겜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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